엄마 생각

2018.10.21 23:36


종종 찾아가는 블로그 이웃님의 글을 읽다 엄마 생각이 났다. cpechkis님 블로그  - 엄마와 딸


엄마와 같은 운동화를 사고 싶다고 5불을 내 놓는 유치원생 딸 이야기를 읽으며 미소가 지어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도 어렸을 때 엄마가 참 좋았다. (물론 지금도!)


엄마랑 있으면 엄마가 제일 좋고 아빠랑 있으면 아빠가 가장 좋았다.

다른 사람이 '엄마가 좋니, 아빠가 좋니?'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엄마아빠는 이 질문을 안 하셨다.

유치원 다닐 때였나? 어느 날 엄마 얼굴을 보는데 엄마가 정말 예뻤다. 

고슴도치 엄마가 아니라 고슴도치 딸이었나보다. 어쩜 이렇게 예쁠까 감탄했다. 

우리 엄마는 너무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다. 블로그 cpechkis에 나오는 딸 랄라처럼.


물론 우리 엄마는 객관적으로 봐서 엄청난 미인은 아니다. 

고슴도치 딸도 어른이 되니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ㅎㅎㅎ 

그래도 웃는 표정이 매우 아름다우시다. 딸에게는 제일 예쁜 엄마다.







스페인 순례자길 패셔니스타 엄마. 딸보다 더 멋지게 입고 오셨음 ㅎㅎㅎ

가다가 허리가 삐끗해서 배낭 없이 자유로운 영혼으로 사진 찍고 다니셨던 그분(가족 소개 참고)이다.


엄마는 일곱 남매의 유일한 딸로 태어나서 굉장히 독립적이고 리더십이 강하다.

그 시대에 남녀차별 전혀 안 받고 자란 행운아, 귀한 딸이었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희생하는 엄마는 아니었다. 

god 어머님께 가사에 나오는 "어머니는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를 전혀 공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는 반찬이 나왔을 때, 예를 들어 갈치구이가 나왔다면 통통한 뱃살은 모두(엄마, 아빠, 언니, 나, 동생)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졌다.

자식을 위해 꼬리를 드시는 경우는 없었다 ㅎㅎㅎ

아빠는 식사를 느긋하게 하시는 편이었는데, 나랑 언니, 동생이 우리 갈치구이를 다 먹고 아빠의 갈치구이를 탐내면 엄마는 "너희 거 다 먹었잖니" 하셨다. 오히려 아빠가 우리에게 갈치구이를 주려 하셨지만 엄마는 "이거 아빠 드실 거야" 하며 우리에게 안 된다 말씀하셨다. 물론 엄마 갈치구이를 탐낼 때도. 

계란말이도 그랬다. 우리 남매가 계란말이를 너무 좋아하기는 했지만 ㅎㅎㅎ 


그렇게 단호한 엄마도 내가 아플 때면 얼마나 따뜻하게 신경 써주셨는지 모른다.

cpechkis님 블로그에서 랄라가 이픈 이야기를 읽으며 어릴 적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어릴 적 감기에 걸렸을 때엔 갑자기 몸에 열이 나며 2-3일을 토하고 끙끙 앓았다.

침대에 누워 끙끙대고 있으면 (맘 편히 어리광을 부릴 수 있었다 *-*) 엄마가 와서 이마에 손을 얹어 주셨다. 

그리고는 무엇이 가장 먹고 싶은지 물어보셨다. 고기가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럼 그날 저녁에는 고깃집에 갔다. 

언니는 아프면 피자가 먹고 싶다고 해서 피자를 시켜 먹은 적도 있다 ㅎㅎ


아무튼 엄마 생각나서 써보는 이야기 :-)


 


이어지는 글 2018/05/06 - 역시 선물은 준비하는 즐거움 - 어버이날 컵 선물



베를린에서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어제 12시 30분에 베를린에 도착했다.

이번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OT 주간이라 일주일 머물 짐만 가지고 왔다.

휑한 방에서 얼마 안 되는 짐을 풀고 나니 꼭 여행 온 기분이다.


2013/10/25 - [하루] - 안녕 블로그 hey Blog


이곳은 괴팅엔에 처음 도착해서 만들게 된 블로그다.

설렘이 가득했던 그때. 지금도 그렇다 :-)


물론 난 베를린에서 학교에 적응하느라 애쓸 것이고

괴팅엔에서 했던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수를 반복할 것이고

수업과 시험이 어려워 좌절할 것이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알바, 인턴에 탈락하여 실망하는 날도 있을 거다.

새로운 도시에서 매일 길을 잃어버릴 것이다(길 잃는 것은 나의 특기).


어제 베를린 집에 도착해서 싱숭생숭했다.

과연 나의 결정이 맞은 걸까, 베를린에서 석사를 시작하는 것이?

수업이 너무 어려우면 어쩌지? 이곳에서도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지만 나의 결정이다. 

실수를 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괜찮다.

괴팅엔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기회가 생긴 거라 생각한다. 새로운 도시에서 새롭게 시작할 기회.




베를린 방을 소개해본다. 논문 쓰느라 시간이 없었는데 운이 좋게 집을 빨리 구했다.

사진과 같이 아담하고 단촐하다. 처음에는 너무 좁다고 생각했는데 하루 있어보니 아늑하고 좋다.


법정스님, 이해인 수녀님, 혜민스님 책을 좋아한다.

스님 방에는 가구가 없지만 스님 방 같기도 하고 수녀님 방 같기도 하다. 정말 딱 필요한 가구와 공간만 있다.

2018년 목표(단순하게 살며 담담하게 내 길을 가기)처럼 내 방도 단촐하고 소박하다 :-) 이거 운명인가? 

작은 방을 보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내가 안쓰럽다 ㅎㅎㅎㅎ


2018년 10월 8일 아침 8시 56분, 베를린에서 첫날이다.









  1. Favicon of http://songhj0001.tistory.com hjs. Agnes 2018.10.19 00:40 신고

    베를린으로 가시는구나. 팀블로그 방문했어요 ^^ 유쾌하네요. :-) 유학생분들을 위해서 더 기억하며 기도 드리겠습니당.
    한국도 이제 가을이 없나봐요. ㅠㅠ 추워요...
    긴겨울과 베를린에서의 새로운 시작 힘!!! 논문도 파이팅입니다.!

    • Favicon of http://domi7.tistory.com 통로- 2018.10.21 10:58 신고

      감사합니다! 베를린에서 즐겁게 학교 생활 시작할게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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